
다 좋아하는 식재료들만 모아서 한 냄비에 담아봤어요. 두부, 브로콜리, 버섯, 당근, 훈제오리까지… 하나하나 놓고 보면 평소에도 즐겨 먹는 것들인데, 이렇게 담백하게 먹고 나면 이상하게 자극적인 음식이 더 생각나요.
분명 몸에는 이쪽이 더 좋을 텐데 말이죠. 간도 거의 안 하고 재료 본연의 맛으로만 먹다 보니 속은 편안한데, 혀는 뭔가 허전한 느낌이에요. 매콤한 양념이나 짭짤한 국물이 괜히 떠오르고요.
그래도 이런 식사가 필요한 날이 있겠죠. 자극적인 걸 찾는 마음을 잠시 눌러두고, 오늘은 몸을 먼저 생각해보자 싶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균형을 맞추는 하루. 먹으면서도 “왜 또 매운 게 땡기지?” 하고 혼잣말을 하게 되지만요.
아마도 익숙함 때문이겠죠. 늘 강한 맛에 길들여진 입이 천천히 적응하는 중이라고 생각해보려 해요. 오늘은 그냥 그런 하루의 식사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