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에 오면 꼭 한 번은 들르게 되는 곳, 바로 Coop(코옵).
한국으로 치면 대형 슈퍼마켓 정도의 느낌인데, 신선식품부터 현지 치즈, 햄, 빵, 손질된 과일, 즉석 조리 식품까지 없는 게 거의 없다. 여행자들에게는 든든한 식량 창고이며, 현지 물가를 조금이라도 아껴볼 수 있는 구세주 같은 존재다.
아침에는 Coop에서 사온 빵과 햄, 신선한 야채를 잔뜩 넣어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먹었다. 바삭하게 구운 빵에 햄과 채소, 치즈가 차곡차곡 쌓이니 별거 아닌 조합 같은데도 맛이 훨씬 풍성하다. 사과 한 그릇과 뜨거운 커피까지 더하니, 그냥 숙소 식탁인데도 왠지 현지 카페에 앉아 있는 느낌이 났다.
저녁은 조금 더 ‘스위스 느낌’을 내보자며 Coop에서 사온 치즈와 소시지, 감자를 꺼내 라클레트(Raclette) 를 해먹었다.
라클레트는 스위스 전통 치즈 요리로, 치즈를 천천히 녹여 감자나 빵, 햄이나 피클 위에 흘려 먹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음식이다.
첨엔 이게 뭐가 맛있겠어? 뭐가 특별해? 하며 반신반의로 준비했는데…
녹아내린 치즈 향이 고소하게 퍼지고, 따끈한 감자와 짭짤한 햄, 새콤한 양파 피클이 함께 어우러지면 ‘이게 바로 스위스 맛이구나’ 싶었다. 비싼 외식 대신 이런 집밥 같은 가정식도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아침의 가볍고 상쾌한 샌드위치, 그리고 저녁의 따뜻하고 느긋한 라클레트.
Coop 한 번 들른 것만으로도 이렇게 풍성한 하루의 식탁이 차려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여행지에서 만들어먹는 식사는 언제나 더 맛있고, 조금은 더 특별하다.
<이 글과 사진들은 25년 7월 4일부터 16일 약 2주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했던 꿈같은 스위스 여행을 기반으로 합니다.>